[메디먼트뉴스 이광익 기자] 점점 사춘기 시작 시점이 빨라지면서 자녀가 또래보다 2차성징이 빨라 키 성장이 일찍 멈추는 성조숙증이 아닌지 의심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하지만 사춘기를 늦추는 무분별한 치료는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사춘기는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내분비샘)에서 나온 호르몬이 난소나 고환을 자극해 시작된다. 하지만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 모든 아동에게 성조숙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성조숙증은 출생 체중과 신장, 부모의 키, 사춘기 발현 시기 등을 파악해 진단한다. 성조숙증은 8세 이전 유방이 발달하거나 9세 이전 고환이 4ml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사춘기 초기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잘 자라 한 해 7~8cm 이상 자라기도 하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결국 성인이 되면 키가 작은 편에 속하게 된다.

성조숙증 진단에는 골 연령 검사와 혈액 검사가 활용된다. 성조숙증인 경우 성호르몬 분비 증가로 골 성숙이 촉진돼 보통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앞서 가는 경우가 많아 보통 왼쪽 손목에 방사선을 쏴 뼈 나이를 확인한다. 또 혈액 검사 결과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황체화호르몬이 5 IU/L 이상이면 사춘기가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사춘기가 진행된 것으로 의심되면 정밀 검사를 시행한다. 약물을 투여한 뒤 수 차례 채혈해 성선자극호르몬이 상승되는지 확인한다. 이 검사를 통해 치료가 필요한지 결정한다.

성조숙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져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경우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 성조숙증은 뇌에서 성호르몬이 나와 나타나는 진성 성조숙증으로 진단 받을 경우 뇌종양, 뇌염 등 질병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질병 치료를 먼저 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사춘기 지연제(사춘기 억제 주사)를 팔이나 복부에 놓아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한다. 치료 기간은 의료진이 부모와 자녀가 원하는 키와 초경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사춘기 억제 주사를 써서 키 성장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신충호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장판의 나이가 어느 정도 어려야 하고 치료 기간도 어느 정도 확보돼야 키 손실을 예방하고 과거에 손상된 키의 일부를 되돌릴 수 있다"면서 "치료 기간 운동을 하지 않아 비만해지면 뼈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를 시작하면 수 주 이내 성호르몬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줄어든다. 여자 아이는 가슴이 약간 작아지기도 하고 남자 아이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하기도 한다. 성장 속도가 사춘기 이전으로 늦춰진다. 하지만 치료 전보다 오랜 기간 자라기 때문에 최종 키는 더 크게 된다. 치료를 중단하면 약 3~6개월 이후 다시 사춘기가 진행돼 신체에 변화가 나타난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내과 교수는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는 정상적인 사춘기가 시작되는 연령까지 지속돼 보통 2~4년 정도 걸린다"면서 "여자 아이는 만 9세 이전, 남자아이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인 아이들은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튀김류 등 영양은 적으면서 칼로리가 높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은 체지방을 높이기 쉬운 만큼 피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저작권자 © 메디먼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