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한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사실 많지 않은 것 같다. 느슨한 유대와 이해, 적당한 쉼과 노동, 따뜻한 한 끼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나 필자를 포함해 우리 대부분은 이에 쉬이 만족하지 못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돈을 버는 데에 할애하고, 평생을 일궈 모은 재산에 빚까지 보태 집을 마련하는 데 바친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소비하고 축적된 물질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증명 받고자 한다. 오늘은 이와 같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나를 기꺼이 내려놓는 모두가 보면 좋을 만한, 삶의 모습이 아닌 삶의 태도에 대해 말하는 영화 ‘노매드랜드(2021)’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사전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노매드(nomad)’는 특정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 혹은 그 무리를 지칭하며, 영화 '노매드랜드'는 타이틀 그대로 그러한 유랑민들의 삶을 관찰하며 따라간다. 그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년 여성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은 경제적 붕괴 아래 남편과 사별한 인물로, 현재는 작은 개조형 밴에서 숙식하며 사는 일용직 근로자이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나름의 상흔을 가진 인물처럼 보이는데, 그는 길 위의 다양한 노마드들과 조우하고 서로의 사연을 나누며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사회적인 조건들이 아닌,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찬찬히 듣고 들여다보며 펀은 스스로를 비추고 채워간다.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걷고, 외지인들과 만나 대화하는 일상의 연속으로 구성된 이 영화에 큰 사건 이란 없다. 기호에 따라서는 한없이 지루하고 심심한 영화일 수 있겠다. 그러나 영화가 인간의 삶을 다루는 예술임을 고려하면, 이런 결의 작품이야말로 그 본질을 명확히 꿰뚫고 구현한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여타 장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자극적인 이벤트들보다 진짜 리얼리티가 무엇인지를 생생한 감각과 시선으로 담아내는 이 영화는 여러모로 볼 가치가 충분하다. 또 빼놓고 지나갈 수 없는 것이 대자연을 비추는 방식인데, 광활한 공간이 주는 힘을 여러모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돌과 흙 위를 거닐고, 볕을 쐬고, 석양을 응시하는 시퀀스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묘한 위안감마저 들게 한다. 

필자가 재정의한 '노매드랜드'는 이런 영화라 할 수 있다. 목표보다는 지향을, 단절보다는 만남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택하는 삶의 총체를 영상화한 것. 사회적 목표아래 소비되었던 인간이 주체적 존재로 서는 과정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고, 무리한 욕망은 비우고 본질적인 영혼의 대화들로 서로를 채워가는 유랑민들의 다큐이기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보다 어떤 자세로 살아갈지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는 명작이다. 섣불리 보여주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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