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두 영화는 예견하지 못한 사건을 발단으로 폭주하게 되는 두 여성 살인마의 서사를 각기 다룬다. 그중 피로 연결된 살육의 본능을 차차 자각하게 되고 이후 그 본능을 발산하는 사이코패스의 서사를 중점으로 한 이야기가 '스토커'라면, '길복순'은 킬러로 육성된 인물이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살며 겪게 되는 딜레마, 고뇌같은 것을 주로 조명한다. '스토커'가 느린 템포에 서늘한 감각으로 서서히 질식시키는 영화라면, '길복순'은 자칫 볼거리로만 국한될 수 있는 액션이라는 외피에 인간적인 고민까지 버무려 만든 특색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우선 영화 ‘스토커’는 주인공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자신의 18살 생일날이자 아빠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한 그날,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등장하며 발생하는 섬뜩한 파장에 집중한다.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은 청년기의 남편을 닮은 찰리에게 이성적으로 매료되고 급기야는 그를 유혹하기까지 하는데, 삼촌의 등장 이후 그에게 묘한 끌림을 느껴왔던 인디아는 그 모든 광경을 목격하며 혼란에 빠진다. 그러던 중, 자신 주위에 지인, 가족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일이 연이어 이어지고, 삼촌의 정체와 과거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마주한 인디아는 그동안 찰리에게 느꼈던 모든 감정들의 실체와 그와 자신을 잇는 살인마로의 본능을 자각하고, 폭주하기 시작한다. 즉, 영화 ‘스토커’는 단편적으로 압축하면 괴물이 또 다른 괴물을 부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영화 ‘길복순’은 평생을 폭력과 살인으로 점철된 삶을 산 전문 킬러가 싱글맘으로 사춘기 딸을 돌보며 겪는 딜레마, 갈등, 고뇌를 복합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 ‘복순(전도연)’은 청부살인 위탁 업체 MK 소속 에이스 킬러로 업계 내에서는 성공률 100%로 위신을 얻고 있다. 커리어를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가정 내에서 딸 ‘재영(김시아)’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그러던 중,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던 청부 살인에 투입된 복순은 우연히 그것이 정치인 아버지의 연루로 계획된 아들 살의 모의임을 직감하게 되고,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서 차마 단행하지 못한 채, 실패로 종료하고 만다. 그러나 이는 이후 돌이킬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온다. 회사가 맡긴 일은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절대 조건을 위반했다는 명분으로 복순은 동료 킬러들과 끈질긴 혈투를 벌이게 되고, 급기야는 자신을 거둬준 MK의 대표 ‘차민규(설경구)’와의 목숨을 건 대결마저 벌이게 된다. 

두 영화는 주인공들이 자신을 조련하던 세계를 굴복시키는 주체로 서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영화 '스토커'의 경우는 살인마로의 본성을 일깨워준 삼촌 찰리를 인디아가 총살하는 것이 그렇고, '길복순'에서는 복순이 민규를 패배시키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둘의 대결 시퀀스의 과정 그리고 결말의 개연성은 솔직히 떨어진다고 본다.) 단순히 여성이 남성을 처단한다는 것에서 비롯된 감흥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얕보는 오만에 나서 굳세고 강한 한 방을 날리고마는 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하는 게 적합할 듯하다. 예측할 수 없는 파장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추동력 삼아 주도권을 쥐고 장악하는 연기가 참으로 대단한 두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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