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정원욱 기자] “30년을 넘게 연예계에서 일했는데 통장에 3380만 원만 들어있더라. 전세 보증금 반환할 돈이 없어 생명보험까지 해지했다.”(박수홍)

방송인 박수홍이 친형 부부의 횡령 혐의 재판에 처음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세월에 대한 분노와 원통함을 표출했다. 또 재판부를 향해 죄를 뉘우치지 않는 친형 부부를 강력 처벌해달라며 간절히 호소했다.

박수홍은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횡령)으로 구속 기소된 친형 박씨와 불구속 기소된 형수 이모 씨의 4차 공판의 증인으로 서울서부지법에 참석했다. 이날 재판은 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배성중)의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박수홍은 친형 박씨와 형수 이모 씨가 라엘, 메디아붐 등 자신의 수익을 관리하는 1인 기획사들을 관리하고 법인 카드를 사용하는 주체들이었으며 자신은 법인 운영 및 수익 관련 정보를 공유받는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수홍은 “법인 계좌 및 신용카드를 통한 상품권 구매, 백화점 결제, 고급 피트니트 센터 이용, 학원비 결제 등 모든 내역을 이 사건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본인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녹화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그런 돈을 쓸 시간조차 없다. 피고인들이 자체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법인 운영을 피고인들이 했기 때문에 법인 카드를 몇장이나 만들었는지도 자신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친형 박씨 측은 법인카드 상품권 구매 내역에 대해 박수홍의 방송활동을 돕기 위해 법인카드로 상품권 등을 구매했으며 동료 연예인 및 방송 관계자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등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박수홍은 “상품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박경림, 윤정수 등 동료들에게 다 확인했지만 피고인 측으로부터 상품권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더라”고 일축했다.

이어 “본인은 32년차 연예인이다. 방송 활동을 위해 상품권을 구매해 로비할 필요가 없는 위치”라며 “제 입으로 말씀하기 부끄럽지만 2011년엔 영향력 있는 연예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제가 뭐하러 프로그램을 구하기 위해 상품권을 뿌리겠나”라고 반문했다.

많은 기획사들이 제게 계약을 제의했지만 친형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를 다 거절해왔다고도 주장했다.

자산을 불려주겠다는 친형의 말을 듣고 개인 자금을 들여 법인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친형 부부가 자신의 돈으로 투자한 8채의 부동산에 자신의 지분은 하나도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박수홍은 “세무사가 당시 부동산과 관련해 ‘수홍이는 모르니 수홍이에게는 해당 내용을 보여주지 말아라’는 취지로 말한 친형 박씨의 대화 내용도 참고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친형 박씨의 허위 직원 등록을 통한 횡령 혐의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박수홍은 “메디아붐과 라엘은 제가 번 방송 출연료와 행사비, 광고 출연료 등 수익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1인 기획사”라며 “연예인과 함께하는 매니저와 코디 외에는 추가 인원이 일할 수가 없는 구조다. 매니저와 코디 외에 직원으로 등록된 사람들은 일한 적도, 제가 일하면서 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업무에 관여한 적 없는 남동생과 부모님, 친형 박씨의 절친 등이 직원 이름으로 등재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수홍은 “실제 직원 이름으로 등록돼 있던 제 남동생 부부는 처음에 이 회사의 작가 및 영상편집으로 일한 것이 맞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하란 검찰 측 요청에 응답하지 못하자 ‘일한 적이 없지만 (친형 측이) 시켜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본인과 회사의 수익 비중을 7대 3으로 나누고, 검소한 삶을 살며 자산을 불려주겠다는 친형 부부의 약속을 믿었지만, 그 결과 돌아온 건 전세보증금을 낼 돈조차 없던 자신의 텅 빈 계좌뿐이었다고도 일갈했다.

박수홍은 “전세 보증금 6000만 원을 낼 돈이 없어서 내 앞으로 가입된 생명보험을 해지해야 했다”며 “어느 날 내 통장을 보니 30년 넘게 일했는데 있는 돈이 3000만 원 뿐이더라. 해지한 생명보험조차 피고인들의 권유로 가입한 것이었다. 보험 해지에 따른 손해가 크지만 돈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해지했다. 그 때부터 친형 부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친형 부부의 강력 처벌을 희망한다고도 요청했다. 박수홍은 “가족이었기에 원만히 해결하려 했었다. 정말 많이 연락했고 편지도 썼다. 형제간의 문제이니 지금이라도 정산해주시면 다시 웃으면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제 연락에 확인도 안하고 답도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의 횡령 범죄를 끝까지 저한테 숨기려 했고, 거기에 제가 고소를 하자 형수 이모 씨의 절친 등 지인을 동원해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로 이 횡령과 관계가 없는 제 곁에 있는 사람(아내)까지 인격살인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친형 부부가 자신의 출연료가 입금된 계좌를 횡령해 개인 변호사 비용을 선임했음에도 사건을 맡아준 친형 박씨 측 변호인을 향해 개인적 원망과 불편함도 중간중간 내비쳤다. 진술 도중 답답한 듯 한숨을 쉬거나 감정이 복받쳐 목소리가 격앙되는 모습도 보였다.

박수홍의 법률대리를 맡은 노종언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이데일리에 “상대 측 변호인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는 피해자를 향한 인신공격상 발언을 이전 증인 심문 때부터 계속 하고 있다”며 “박수홍 씨의 배우자, 전 연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기에 박수홍 씨 측은 이를 2차 가해 행위 피해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홍은 이날 법정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그동안 많은 것을 빼앗겼다. 저와 같이 가까운 이에게 믿음을 잃고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증언 잘하겠다”고 재판에 임한 심경을 전했다.

앞서 친형 박씨 부부는 지난 10년간 메디아붐 등 연예기획사 두 곳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박수홍의 출연료 등 62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친형 박씨는 구속 기소됐으며, 아내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친형 박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으로 11억 7000만 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 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 원, 박수홍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 원, 허위 직원 등록 등을 통한 수법으로 19억 원 등을 횡령했다고 보고 있다.

박씨 부부는 이 과정에서 박수홍의 출연료 입금 계좌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사용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나머지 혐의들은 대체로 부인하고 있다.

박수홍은 다음 공판에도 출석해 증인 심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증인 심문 기일은 4월 19일에 열린다.

한편 박수홍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6월 박씨 부부를 상대로 86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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