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제50회 칸 영화제 감독상
왕가위 감독, 장국영, 양조위 주연

[메디먼트뉴스 김제호 인턴기자] 국내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감독 왕가위. 왕가위의 최고작이 무엇이냐 물어볼 때 늘 거론되는 영화로 '중경삼림', '타락천사'가 있지만 '해피투게더' 역시 빠지지 않는다.

영화의 중명(中名)은 '춘광사설'로 '은밀한 부위를 갑자기 드러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의 퀴어 영화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미루어보면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이 든다.

영화의 배경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다. 관계 회복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난 아휘(양조위 扮)와 보영(장국영 扮)은 이과수 폭포를 보러가기로 한다. 그러나 보영은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던 중 싫증이 나고 둘은 다투게 된다. 결국 헤어진 아휘와 보영.

아휘는 이후 홍콩으로 돌아갈 여비가 없어 허름한 탱고바에서 일하게 된다. 아휘가 일하는 탱고바에 남자들과 함께 온 보영. 아휘는 보영에게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그를 차갑게 대하지만, 보영은 끈질기게 아휘에게 다시 찾아온다.

어느날 보영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아휘에게 나타나고, 아휘는 보영을 다시 받아준다. 아휘는 보영을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언제나 보영이 다시 떠날까 늘 불안해한다.  보영이 가지 못하도록 여권을 숨기고, 보영이 회복하면 자신을 떠날 것을 알기에 계속 보영이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니. 그럼에도 둘은 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받고 갈라진다. 그런 상황에서 아휘는 직장 동료인 장과 가까워지지만 보영에 대한 마음을 잊지 못한 탓에 장에게도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보영은 아휘가 숨겨놓은 자신의 여권을 핑계로 다시 만나고자하지만, 아휘는 보영을 보기 거부한다. 보영에게 잡혀 살았던, 수동적이던 아휘는 보영을 잊었다. 반면 아휘를 떠났다 돌아왔다를 반복하던 보영은 아휘와 함께 지내던 아파트에서 아휘의 이불을 만지며 오열한다.

아휘는 그사이 모은 돈으로 홍콩으로 돌아간다. 홍콩으로 가기전 그는 이과수 폭포를 방문하고, 장의 고향인 대만에 들린다. 아휘는 장을 만나는데에는 실패한다 아휘는 장을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현란한 홍콩의 밤을 배경으로 The Turtles "Happy Together"가 흘러나온다.


왕가위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세련된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이라 생각한다. 이국적인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위태롭지만 세련된 탱고 음악은 어쩌면 큰 내용이 없는 '해피투게더'라는 작품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상처를 주고 떠나는 인물과 상처를 받고 남아있는 인물의 연출에도 왕가위 감독은 능하다. '해피투게더'는 그런 두 인물의 관계를 가장 정석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으로 보영에게 이끌려 다니는 아휘. 아휘가 보영이 다시 찾아왔을 때 차갑게 굴었던 것도 그를 사랑하지만 그에게 더이상 상처받고싶지 않아서였다. 반면에 보영에게 아휘는 잠시 쉴 곳에 불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뚜렷한 목적지인 이과수 폭포에 가고 싶어했던 인물은 아휘였고, 아휘는 돈을 모아 고향인 홍콩으로 돌아갔다. 반면 언제나 아휘를 잠시 들리는 휴게소쯤으로 여겼던 보영은 이별의 아픔을 더욱 처절하게 느꼈다. 보영은 아휘와 완전히 헤어지고 돌아갈 곳을 잃었다.

지고지순한 애정을 보여줬던 아휘. 사랑에 있어 자유로운 방랑자였던 보영. 이과수 폭포를 같이 가자고 했지만, 결국 아휘만이 이과수 폭포에 도달했다. 그리고 영화는 부감으로 담담하게 이과수 폭포를 비춘다. 이는 사랑의 방식의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한 열병을 관조하는 것이 아닐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를 뿐이다.

함께 있었지만 행복할 수 없었던, 결국 함께 행복할 수 없었던 두 남자에 관한 영화, '해피투게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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