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린 시리즈' 중 최고작
서부극을 섞어 더욱 완벽해진 영화

[메디먼트뉴스 김제호 인턴기자]평가가 좋지 않던 '울버린 솔로무비 시리즈'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끝맺은 작품, 로건은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울버린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뭐니뭐니해도 손에서 나오는 '아다만티움 클로'와 무조건 회복되는 '힐링 팩터'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울버린은 이 능력을 활용하며 시원시원한, 마치 호랑이 같은 액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로건'의 울버린은 무척이나 처참하다. 이는 관객이 로건에게 애처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영화의 기본 배경부터가 그러하다. 돌연변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그들의 존재는 만화에서나 등장하는 '전설'처럼 여겨진다. 지구를 몇번이나 구해낸 영웅이자 '엑스맨'의 일원인 울버린, 로건 역시 그러하다. 클로에는 고름이 가득하고 한 쪽 다리를 쩔뚝인다. 이전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제압했을 동네 양아치들도 겨우 상대한다. 로건은 몸 속의 금속 물질 '아다만티움'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총알에 맞아도 회복되던 그의 치유 능력은 점점 약해진다. 그는 리무진 택시 기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치매를 앓고 발작 증세를 보이는 '자비에 교수'를 보살피고 있다. 그런 그 앞에 그의 유전적 딸인 로라가 나타나고 그녀와 얽히며 로건은 다시 그의 가까운 사람들을 잃는다.

액션 장면에서도 로건은 더 이상 불사의 존재가 아니다. 철근의 찔려 물에 빠졌을 때도, 우주를 파괴하는 에너지를 온 몸으로 막아섰을 때도 관객은 로건이 죽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로건의 능력은 불사의 '힐링 팩터' 이니깐. 그러나 영화 '로건'은 관객으로 하여금 로건의 죽음을 예상케 한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로건을 더 이상 강력한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울버린의 초인적이고 영웅적인 면모에 가려진 그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그의 피투성이 몸과 그의 내면의 고통을 동일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의 제목이 히어로 명인 울버린이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로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울버린의 초인적이고 영웅적인 면모에 가려졌던 그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하다록 만든다. 우리는 그의 피투성이 몸과 그의 내면의 고통을 동일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의 제목이 이전 작품들과 달리, 히어로 명 '울버린'이 아니라 '로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로건의 행보 역시 세계를 지키려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한 가장의 처절한 생존 일기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악역들은 엑스맨 시리즈의 전통적인 악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인간과 돌연변이의 갈등은 이 영화에서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아포칼립스나 매그니토 같은 악역 돌연변이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의 주된 악역은 바로 생체 실험을 담당하는 과학자와 그들 밑에서 일하는 군인과 자신의 복제품이다.

자신의 복제품은 자신의 과거를 상징한다. 살인 병기이자 생체 실험의 결과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인 자신과 그에 대한 로건의 죄책감의 망령이다. 그가 자살하기 위해 갖고 있던 아다만티움 총알은 그런 자신의 과거를 씻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그는 자신의 과거의 망령과 처절하게 싸운다. 결국 그의 딸인 로라가 총알로 로건의 복제품을 죽인다. 로건은 최후에서야 자신의 과거의 죄를 씻고 구원받은 것이다.

 

로건의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도 영화 로건은 뜻 깊다. 전투 병기로 태어난 로건은 200년이 넘는 자신의 삶 동안 자신의 능력을 노리는 집단에 의해 쫓긴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은 이에 엮여서 모두 죽었다. 그러한 괴로움에 죽어볼까도 생각했던 그지만, 그의 치유 능력 덕에 죽지 못하는 삶을 산다. 로라가 나타난다. 자신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생체 실험의 결과물, 전투 병기, 같은 능력, 자신의 생물학적인 딸. 로건은 그녀를 애써 외면하려하지만, 그는 결국 로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로건 : 내가 지키려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

로라 : 그럼 난 안전하겠군요.

영화의 후반부에서 로라와 함께 가지 않겠다는 로건에게 답하는 로라의 대사는 왜 나와 함께 가지 않는가.’ 라는 원망이다. 하지만 로건은 그 다음날, 로라를 지키기 위해 달리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최후는 장엄하고, 엄숙하게, 슬프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적이게 그려진다. 로건이 죽기 직전 최후의 대사인 이런 기분이었구나.”는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명대사이다. 지금껏 사랑하던 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만 살아남았지만, 이번엔 자신을 희생하고 딸을 구해냈다. 여태껏 죽을 정도로 내면의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 역시 씻은 채 로 말이다. 그가 목숨을 걸어 지킨 그의 딸과 그의 동료들은 돌연변이를 이어가 새로운 세대를 만들 것이란 희망을 보여준다. 저주와도 같던, 고통 받던 로건의 삶은 결국 죽음으로 말미암아 구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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