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다큐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2022)'
- 영화 '다음 소희(2023)'

[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오늘은 현실에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았거나 공론화되었음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겨냥한 두 작품에 대해 다루려 한다. 먼저 언급할 작품은 2022년 5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사이버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이다. 타이틀에서 이미 예측 가능하듯, 2020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n번방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다만 눈여겨 볼 점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닌 그 사건이 어떤 위험과 고비들을 감수한 채 보도되었고, 어떤 지난한 과정들을 거쳐 수사가 진전되었는지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로 언급할 작품은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2023)'이다. 시사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졌던 전주 콜센터 실습생 사건을 모티브로 하며, 정주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김시은, 배두나 배우가 출연했다. 형식을 갖춘 배치는 아니지만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각각 소희(김시은), 유진(배두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전반부는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열여덟 소희가 졸업을 앞두고 콜센터 현장실습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암묵적인 폭력과 방관, 부조리에 초점을 둔다면, 후반부는 담당 형사인 유진이 그 이면에 가려져있던 것들을 들춰내며, 숨기고 회피하기에만 급급한 이들에게 그들의 당위와 책임에 대해 외치는 과정을 담는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존재했지만 가려졌던 이야기'에 대해 조명한다. 전자의 경우는 공식적으로 보도된 거시적인 사건 이면에 존재했던 개인들의 지난한 투쟁과 뚜렷한 일념이 집약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n번방 사건에서 비롯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도 물론 놓치지 않지만, 더 나아가 적당한 정도의 노력을 넘어선 개인들의 두려운 도전이 모일 때 실현되는 것이 정의임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이기도 하다. 한편, 후자는 취업률을 운운하며 현장으로 등떠미는 학교와 실적만을 내세우며 무자비로 채근하는 회사 사이에서 착취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기형적이고 폭력적인 구조에 정면한다. 무책임과 방조로 일관하는 어른들. 비인격적인 행태들이 마치 불가피한 관례인 것마냥 만연해지는 사회 속에서 상처입었던, 상처입고 있을 숱한 '소희'들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스레 우리의 당위에 대해 숙고하게끔 한다. 두 작품이 주는 불편한 감각이 사회를 더 온건한 방향으로 견인할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음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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