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약 4년 전 인어공주 실사화 영화의 주연으로 흑인 가수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며 연일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올랐던 디즈니가 드디어 이달 베일에 쌓였던 그 작품을 공개했다. 중심 인물의 외형적 이미지에 큰 변주를 가한 만큼, 기존 캐릭터에 대한 팬심을 바탕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평과 색다른 시도라며 응원하는 평으로 엇갈리고 있다. 

 

캐스팅 적합성을 두고 공분을 샀지만, 사실 소급해보면 모든 창작물은 결국 다 재가공의 역사이고, 원작 고증에 대해 논하려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 소설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에 이러한 비판은 다소 빈약하다. 또 그러한 비난과 우려가 무색하게끔, 실제로 '할리 베일리'는 극중 천진하고 낭만적인 에리얼 배역을 잘 체화해내고 있다.  오히려 거슬리는 건 미흡한 CG처리다.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는 게 집사 '세바스찬'과 이질적이고 탁한 첫 수중 시퀀스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한편, 원작의 감흥을 가능한 고스란히 재현해낸 구간도 존재한다. 예컨대 우르슬라 마녀나 에리얼의 아빠인 해신 캐릭터는 부여된 전형적인 롤을 역량껏 수행해내고 있다. 더불어 뮤지컬 영화인 만큼 'Under the sea', 'Part of the world' 같은 뮤지컬 시퀀스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이며, 역동하는 바다의 이미지와 흥을 돋구는 리듬의 시너지로 원곡의 장점을 살린다. 특히나 'Poor Unfortunate Soul'은 단연 압도적인데, 배역을 맡은 '멜리사 맥카시'의 재발견으로 꼽을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시퀀스다. 

 

반면, 도전적인 시도도 확연히 두드러진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기용과 배치가 그러한데, 우선 주인공 에리얼부터 시작해 동서양, 남녀노소를 막론한 다른 조연들의 등장은 낯설고, 한편으로는 신선한 풍광이다. 더불어 국가를 통치하는 흑인 왕비로부터 왕자가 입양되었다는 설정도 새롭다. 다만 표면적인 보여주기식 변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앞서도 언급했듯 다른 시각적 요소들을 섬세하게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재가공이라는 틀을 내세우지만 단순한 재배치와 짜깊기라는 수는 너무 얕다. 

고유의 장점이 존재하는 실사화지만,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보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치중해 그 일말의 좋은 메시지마저 희석시키는 사례다. 매끄럽고 친절한 영화는 아니며, 지극히 화자중심적이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다 할지라도 본래의 내실과 성실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로 증명해냈다면 성과는 따랐을 것이다. 다만 라이브 액션 영화들 중 초유의 졸작이라 평가받는 데에는 보여주기식 변주에만 집중한 나머지 고증도 재가공도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는 안일함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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